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8

영화 건축학 개론(고백하지 못한 도면 한 장, 기억을 짓는 집, 첫사랑은 완성된다) 고백하지 못한 도면 한 장사람마다 마음속에만 간직한 고백이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그런 고백의 시간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풀어낸다. 스무 살의 건축학도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서연을 만난다. 밝고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가진 음대생 서연은, 숫기 없지만 진심만은 누구보다 깊은 승민의 마음을 조금씩 흔든다. 함께 과제를 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이 조심스럽게 오간다. 그러나 승민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서툴렀고, 사소한 오해 하나가 두 사람을 엇갈리게 만든다. 그날 하지 못했던 고백은 결국 ‘도면’처럼 그려지지 못한 채 마음속에 남는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축’이라는 주제로 녹여내며 감정을 시각화한다. 설계.. 2025. 3. 15.
영화 복숭아나무(한 몸 두 마음의 슬픔, 빛을 그리는 여자, 복숭아나무) 한 몸, 두 마음의 슬픔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영화 〈복숭아나무〉는 하나의 몸에 두 명의 존재가 공존하는, 기형적인 쌍둥이 형제 상현과 동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과 상처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물리적으로 붙어 태어난 ‘결합 쌍둥이’로, 한 사람의 삶 속에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하는 특별한 설정이다. 순종적이고 조용한 상현과는 달리, 동현은 세상에 대한 갈망과 분노를 품고 살아간다.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뎌왔고, 특히 동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려 애쓴다. 그 갈망은 결국 표현이라는 통로를 통해 터져 나오고,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자 한다. 형제의 아버지는 그런 동현을 위해.. 2025. 3. 15.
영화 클래식(첫사랑의 향기, 소나기 속, 멈춰버린 시간, 내 사랑의 시작) 첫사랑의 향기편지는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다. 그 안엔 마음을 담고,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있다. 영화 클래식은 편지를 매개로 두 세대의 사랑을 그린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는 친구 수경의 부탁으로 연극반 선배 상민에게 편지를 써준다. 하지만 그 편지는 단순한 대필이 아니라, 지혜 자신의 감정이 담긴 진심이었다. 지혜는 수경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그로 인해 수경과 상민이 가까워지고, 지혜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한편,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밀 상자 속에는 엄마 주희의 오래된 연애편지들이 들어 있다. 놀랍게도, 주희 역시 친구의 부탁으로 편지를 대필했고, 상대는 지금의 지혜처럼 진심을 숨긴 채 사랑을 이어갔다. 이 놀라운 우연은 편지가 전하는 사랑의 방식이 세대를 초월해 이어.. 2025. 3. 15.
영화 B형 남자친구(A형 여심 vs B형 괴짜, B남의 짝사랑 분투기, 엘리베이터의 슈퍼맨) A형 여심 vs B형 괴짜2005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색다른 작품 '​B형 남자친구'는 혈액형 성격론을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입니다. 이동건과 한지혜 주연의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혈액형 성격 유형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활용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선사합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A형 여대생 하미(한지혜)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B형 남자 영빈(이동건)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A형 여성인 하미는 꼼꼼하고 계획적이며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입니다. 반면 영빈은 마치 B형의 교과서처럼 즉흥적이고, 엉뚱하며,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사촌언니의 "B형 남자는 최악이야!"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미는 영빈의 화려한 이벤트와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 2025. 3. 15.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맨틱 코미디의 새 지평, 전지현의 캐릭터,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 로맨틱 코미디의 새 지평2001년 개봉한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입니다. 기존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보여주던 전형적인 구조와 캐릭터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기존 장르의 문법을 재해석했습니다. 영화는 지하철역에서 만취한 여성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경상도 출신의 대학생 견우(차태현)와 그 '엽기적인' 그녀(전지현)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캐릭터 설정과 관계 역학에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성 캐릭터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2025. 3. 14.
영화 대가족(평만옥의 계승자들, 승려와 손녀들, 할아버지의 행복 레시피) 평만옥의 계승자들2024년 개봉한 영화 '대가족'은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가족 개념의 충돌을 맛집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김윤석이 연기한 무옥은 SNS 없던 시절부터 줄 서서 먹던 노포 맛집 평만옥의 사장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평만옥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대를 이어 전수해야 할 가업이자 가문의 자부심으로 그려진다. 이런 무옥에게 가장 큰 근심은 외아들 문석이 승려가 되어 출가한 후 가업을 이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가문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문 계승의 문제를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 '가족'과 '대물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의 전환점은 평만옥에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고.. 2025.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