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은 라디오 DJ ‘형준’이 생방송 중 도착한 한 통의 편지를 통해 23년 전 첫사랑 ‘수옥’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작되는 감성 멜로 드라마입니다. 섬마을에서 함께한 다섯 친구들의 빛나던 여름날, 그리고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담은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따뜻하고 아련한 감동을 전합니다.
그해 여름 다섯 개의 이름
1991년 여름, 고향 섬마을에 모인 다섯 명의 친구들 범실, 수옥, 길자, 중길, 그리고 동원은 마치 오성처럼 함께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들입니다. 영화 '순정' 은 이 다섯 아이가 만들어낸 찬란하고도 순수한 여름날의 기억을 섬세하게 펼쳐 보입니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함께라서 특별했고, 그 시간들은 단순한 놀이의 연속이 아니라 마음의 기록이었습니다. 범실은 수옥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수옥은 다정하면서도 의연한 존재로 친구들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다섯 친구들이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며 웃고 울던 그 여름은, 세월이 흐른 후에도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습니다. 영화는 이 우정을 단순한 향수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정 속에서 싹트는 첫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수옥을 향한 범실의 순수한 마음은 당시 열일곱의 감정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사랑은 소란스럽지 않고, 서툴지만 깊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누구나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는 '순정'이라는 감정의 이름을 다시 꺼내보게 됩니다. 다섯 명이 함께일 때만 빛났던 그 시절의 추억은, 단순히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닌, 현재의 우리에게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영화 '순정' 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흐리며, 진짜 ‘순정’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합니다. 그 해 여름, 다섯 개의 이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여전히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별이 됩니다.
라디오 사연
형준은 라디오 DJ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게 청취자의 사연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에 시선이 멈춥니다. 익숙한 이름 ‘정수옥’. 그리고 그녀의 정성스런 손글씨가 담긴 노트. 이 작은 물건은 형준의 마음 깊숙이 잠들어 있던 기억을 깨웁니다. 영화 '순정' 은 이렇게 ‘라디오 사연’이라는 장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관객은 형준의 눈과 마음을 따라가며 23년 전의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호흡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과거 속 ‘범실’이 현재의 ‘형준’과 연결되며, 첫사랑의 기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일부였음을 보여줍니다. 노트를 펼칠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들은 형준에게는 미완의 이야기였고, 관객에게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는 영화 속에서 기억과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이자, 인생의 정리를 가능케 하는 통로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순정' 은 이야기의 외형은 조용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파장은 큽니다. 라디오 사연을 시작으로 열린 시간의 문은 단지 과거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감정과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이름, 어떤 기억, 어떤 목소리 하나로 삶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 문 너머로 우리를 초대하며, 추억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노트 속에 숨은 진심
수옥이 형준에게 남긴 노트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하지 못했던 감정,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전할 수 있었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마음의 유산입니다. 영화 '순정' 은 이 노트를 통해 수옥이라는 인물의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냅니다. 관객은 그녀의 글씨를 통해, 과거의 대사보다 더 깊은 감정을 읽게 됩니다. 범실에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 함께한 순간의 소중함,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이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 있습니다. 노트는 과거와 현재, 인물과 관객을 잇는 정서적 매개체 입니다. 범실은 열일곱의 풋풋한 사랑을 품고 있었지만, 표현은 서툴렀고 감정은 깊었습니다. 수옥 역시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면서도 범실을 향한 마음을 따로 담아두고 있었음을 우리는 그 노트를 통해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글씨는 그대로 입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살아가는지를 상기시킵다. 노트 속 진심은 결국 형준에게도, 관객에게도 하나의 ‘정서적 결말’을 선사합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 오롯이 간직하고 받아들이는 사랑입니다. 영화 '순정' 은 이처럼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깊이 있게 첫사랑의 의미를 되 묻습니다. 노트 속의 말들은 결국 우리가 한때 간직했던 마음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어떤 순수함으로, 우리 마음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