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화 걷기왕은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을 가진 여고생 ‘만복’이 경보라는 낯선 운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되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귀찮지만 진심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속도와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진짜 ‘자기 페이스’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달리기는 못해요
영화 걷기왕의 주인공 만복(심은경 분)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고등학생입니다. 그녀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질환을 안고 태어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버스, 지하철, 자동차는커녕 자전거도 탈 수 없기에,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을 오직 두 다리로 걸어 다닙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상황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만복만의 강점이자 개성으로 표현됩니다. 그렇게 걷기밖에 할 수 없는 만복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녀의 오랜 통학 시간을 알아챈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경보’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만복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경보란 운동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습니다. 걷는 듯 뛰는 듯한 이 독특한 종목은 상체를 고정하고 하체로만 움직이는 기술이 필요한 까다로운 종목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운동이면 공부보단 낫겠지 싶어 시작했지만, 훈련은 지루하고 힘들기만 합니다. 늘 ‘적당히’ 살고 싶은 만복에게 경보는 끈기와 자기 훈련을 요구하는 낯선 세계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천천히, 꾸준히 한 걸음씩 훈련을 이어가며 조금씩 자신만의 리듬과 방향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섭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꼭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영화는 만복의 모습을 통해 보여줍니다. 걷기왕은 청춘이 무조건 열정과 속도만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드럽고도 유쾌하게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느리게 걷는 법
현대 사회는 빠른 것에 익숙하고, 빠른 것을 추구합니다. 빠른 인터넷, 빠른 취업, 빠른 성공까지. 모두가 속도를 경쟁하는 시대에 영화 걷기왕의 주인공 만복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어 하루 4시간을 걷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은 현실에선 불편함이자 약점일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바로 그 ‘느림’이 인생의 다른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됩니다. 만복은 본래 열정적이지도, 꿈이 뚜렷한 인물도 아닙니다. “뭐든 적당히”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그녀는 흔히 말하는 ‘의욕 없는 청소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걷는 동안 그녀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같은 길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고, 오히려 속도를 늦추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점이야말로 영화 걷기왕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만나며 만복은 ‘느림’의 가치도 깨닫게 됩니다. 단거리보다 인내와 기술이 필요한 이 종목은, 그녀가 살아온 느린 삶의 방식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영화는 천천히 걸어온 길들이 결국 그녀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고등학생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살아가는 청춘들이라면, 사회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페이스를 지켜나가는 만복의 모습에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걷기왕은 속도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거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나만의 걸음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입니다. 이 작품은 그 용기를 가진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적당하지 않은 도전
‘적당히 살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오늘날 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한마디일지도 모릅니다. 꿈, 열정, 노력 같은 말들이 너무 당연한 듯 요구되는 시대 속에서, 영화 걷기왕의 주인공 만복은 오히려 그런 기준에 반항하듯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공부도, 운동도, 경쟁도 그저 귀찮고 복잡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적당히 걸어서 학교에 가고, 적당히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적당히 미래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만복에게 ‘경보’라는 운동이 찾아옵니다. 공부보단 낫겠지, 운동은 쉬울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경보는 만복의 인생을 점차 바꿔놓습니다. 뛰지도 걷지도 못하는 까다로운 스포츠, 규칙이 많고 감시가 엄격한 종목은 오히려 만복처럼 규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더 어려운 도전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설고 불편한 환경이 그녀를 변화시킵니다. 처음엔 억지로 시작했지만, 계속되는 연습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만복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귀찮음’을 핑계로 미뤘던 자기 인생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몰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도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만복의 도전이 특별한 건, 그녀가 극적인 목표나 큰 야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계기, 그리고 주변의 관심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은 현실 속 우리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대단한 영웅담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결국, 만복은 적당히 살고 싶었던 자신이 ‘적당히’ 해낼 수 없는 일에 진심을 다하게 되는 변화를 겪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때로는 귀찮음 속에서도,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도전해보는 것이 결국은 진짜 성장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 걷기왕은 작지만 강한 도전의 가치를 일깨우는, 청춘에게 꼭 필요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