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봉작 '로망스' 는 각자의 인생에서 무너진 두 청춘이 뜻밖의 계기로 마주하며, 상처와 유머 속에서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맛집을 이어받게 된 혜경과, 실수로 그의 민망한 영상을 퍼뜨린 현우. 이 둘의 어긋난 첫 만남은, 함께 밥을 먹고, 다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가는 따뜻한 여정의 시작이 됩니다.
주인공 소개
‘혜경’은 영화 초반부에서 철저히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삶의 동력이 급격히 무너집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지켜온 일상마저 통째로 흔들리는 사건, 어머니가 운영하던 맛집의 경영을 떠맡게 되면서 그녀는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인생의 트랙에 올라서게 됩니다. 하지만 혜경은 단순히 불행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와, 의외로 따뜻하고 유쾌한 성격이 인물의 입체감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현우’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혜경과 접점을 이루게 되는 인물입니다. 첫 등장부터 ‘사과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그는 혜경에게 실수로 상처를 입혔지만, 무책임하게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처음엔 그저 미안함에서 시작된 접근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는 혜경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조금씩 자신의 삶의 공허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 두 인물은 모두 어딘가 ‘결핍’된 상태에서 만나게 됩니다. 혜경은 일상과 가족을 잃었고, 현우는 삶의 목표와 감정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들이 함께 맛집의 비결을 찾아가며 나누는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진심을 확인해가는 매개체가 됩니다. 또한 영화는 이들의 성장을 단순히 사랑의 결말로 귀결짓기보다,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지를 그려냄으로써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로망스’는 단순한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을 넘어, "사는 게 버겁지만 그래도 함께라면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통해 진정성 있게 전달합니다. 혜경과 현우는 연애의 시작보다 삶의 재건에 더 가까운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생기는 유머와 소소한 감동은, 관객이 이들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듭니다.
주요 테마
'로망스' 의 중심 테마는 분명합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생활의 행위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고, 서로의 삶에 발을 들여놓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혜경과 현우는 처음엔 원치 않게 엮이지만, 함께 식사를 하며 조금씩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천천히, 그러나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음식’은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도 기능합니다. 혜경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맛집은 단순한 가게가 아닙니다. 그곳은 동네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자, 혜경 가족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혜경은 처음엔 이 가게를 짐처럼 느끼지만, 점차 그곳에 담긴 정성과 손맛, 그리고 그 음식이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를 깨닫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현우와의 동행이 있었고, 그의 진심 어린 응원과 도움은 혜경이 그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한편, 영화는 “사랑의 시작은 실수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냅니다. 혜경의 엽기 영상 유포라는 자극적인 사건은 그 자체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인 매력을 발산합니다. 잘못된 시작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면, 결국 진심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영화는 청춘의 서툼과 불안함, 그리고 거기서 피어나는 용기를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혜경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현우는 책임감보다는 다정함이 앞서며, 이 둘은 연애의 공식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그 자체에 더 가까운 서사를 그려갑니다. ‘로맨스’가 아니라 ‘로망스’라는 다소 구식이자 서정적인 표현을 제목으로 쓴 것도 이러한 감성적 톤을 반영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무너진 청춘의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밥 한 끼, 소박한 웃음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따뜻한 테마는 관객의 마음에도 온기를 전하며, 단순한 로맨스 영화 이상의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캐릭터 매력
문예원이 연기한 ‘혜경’은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 속 여주인공의 틀에서 벗어납니다. 그는 사랑을 찾는 인물이 아니라, 삶의 생존선 위에서 버티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문예원은 이러한 혜경을 단순히 씩씩하거나 냉소적인 여성으로 묘사하지 않고, 순간순간 흔들리고, 때로는 허술하며, 인간적인 매력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눈빛 연기에서 감정의 층위를 세심하게 표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혜경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합니다. 박상남이 연기한 ‘현우’는 초반에는 다소 허술하고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심이 느껴지는 인물로 변화합니다. 실수로 인연을 맺은 그가 사과의 의미로 맛집 운영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면서, 그의 인간적인 따뜻함이 드러납니다. 박상남은 이 역할을 통해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남성 캐릭터를 진지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구축해냅니다. 특히 혜경과의 티키타카 대사, 일상 속 작은 제스처 하나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김건호가 연기한 조연 ‘정빈’은 영화의 감정선에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입니다. 맛집의 단골 손님이자, 혜경의 어머니와 오랜 인연이 있었던 인물로서,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조언을 던지며 두 주인공의 관계를 은근히 밀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김건호는 극의 무게감을 덜어내면서도, 연륜 있는 따뜻함으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넣습니다. 이 세 배우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음에도, 함께할 때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문예원과 박상남은 관계의 시작부터 천천히 깊어지는 감정을 설득력 있게 끌어가며, 연기 호흡에서도 안정된 리듬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대화, 시선, 식사 장면 속 침묵까지도 감정을 담아내며, 관객에게 관계의 온도를 느끼게 합니다. 결국 '로망스' 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관계성의 영화입니다. 스토리가 단순하더라도, 인물의 감정이 진실하다면 관객은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증명합니다. 연기력과 호흡, 그리고 섬세한 감정 전달까지, 세 배우의 조화는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