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 자리한 첫사랑의 풍경을 담담하면서도 아릿하게 그려낸 감성 청춘 영화입니다. 교실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 그리고 사춘기의 불완전하고 솔직한 감정들 속에서 두 소년소녀의 마음이 어떻게 서로를 향해 자라나는지를 그립니다.
배우 탐색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 진영과 다현의 섬세하고도 풋풋한 연기가 중심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감정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배우의 표현력과 내면 연기의 진정성이 극 전체의 완성도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진영은 장난기 많고 활달한 고등학생 ‘진우’ 역을 맡아, 전형적인 ‘학교 문제아’가 아닌, 유쾌하지만 내면에 여린 감정을 숨기고 있는 소년을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선아를 향한 시선에서는 자주 머뭇거리고, 고백은 못 하지만 주변을 맴돌며 마음을 전하려는 모습들이 진영 특유의 섬세한 눈빛과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개됩니다. 진영은 아이돌 활동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감정 몰입형 연기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단순한 풋사랑 이상의 감정을 담아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혼잣말이나 혼자 웃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진우’라는 인물의 성장과 마음의 결을 표현해내며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균형 잡힌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현은 모범생이자 반장이며 동시에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선아’ 역으로 등장합니다. 트와이스 멤버로서의 화려한 무대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단정하고 조용한 소녀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며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아는 ‘늘 올바르게 살아온 학생’처럼 보이지만, 내면엔 누구보다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진우와 대화하면서도 무심한 듯 말을 툭툭 던지다가, 갑작스레 시선을 피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등은 다현의 섬세한 타이밍 연기와 감정 제어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두 배우 모두 신선한 마스크와 함께 ‘보통의 10대’를 흉내 내기보다는 실제로 느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녔기에, 인물에 감정적으로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연출이 과도하게 감정의 폭을 요구하지 않고, 작은 감정의 떨림에 집중한 것도 두 배우의 매력을 더욱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만든 요인입니다.
주인공 소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중심에는 단연 진우와 선아라는 두 소년소녀가 있습니다. 그들은 겉보기엔 서로 너무 다릅니다. 진우는 수업 시간에도 장난이 끊이지 않는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이고, 선아는 반장으로서 모범생이며 규칙을 중시하고 조용한 삶을 지향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반대의 성향은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과 호기심을 유발하며, 영화는 이 간극이 ‘서로를 이해하고 끌리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그립니다. 진우는 평소 같았으면 선아와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 벌어진 장난이 계기가 되어, 벌칙처럼 주어진 ‘선아 앞자리’는 오히려 그에게는 결정적인 기회가 됩니다. 그저 우연히 시작된 자리 배정은 곧 마음의 거리로 좁혀지고, 진우는 점차 선아에게만은 장난을 멈추게 됩니다. 반면 선아는 진우를 처음엔 불편하게 느낍니다. 통제가 안 되고 무례하게 구는 듯한 그를 경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아는 진우에게서 자신과 다른 세계를 보고,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감정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선아에게 있어 진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며,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미뤄왔던 감정 표현의 문을 두드리는 자극이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사랑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고백과 연애, 결과 중심의 이야기를 지양하고 ‘사랑이 태동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진우가 선아에게 말을 걸었다가 멋쩍게 웃는 장면, 선아가 교무실에서 진우를 위해 조용히 중재해주는 장면, 둘이 우산을 함께 쓰다 어색하게 웃는 장면 등, 이 모든 순간은 아직 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축적이며, 그들은 끝내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표정과 침묵으로 나누어 갖습니다. 결국 진우와 선아는 사랑의 결말보다는 ‘시작의 온도’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고백보다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있었다는 기억’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전합니다. 진우와 선아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시작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르익는 순간이었는지를 회상처럼 꺼내 보여줍니다.
주요 테마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제목 그대로 회상의 정서와 첫사랑의 기억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첫사랑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의 감정은 늘 어설펐고 서툴렀고, 그래서 더 순수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감정의 리듬을 정직하게 따라갑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표현하지 못함’입니다. 주인공들은 늘 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어색해서 돌아서 버립니다. 문득 마주친 눈빛만으로도 하루 종일 머릿속이 어지럽지만, 그것이 사랑인지도 잘 모릅니다. 바로 이 ‘말하지 못함의 시간’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또한, 영화는 ‘성장 이전의 순수성’을 다루면서도, 그 감정이 결코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의 감정은 어쩌면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사랑의 형태일 수 있습니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기에 더욱 진심이었고, 계산하지 않았기에 더욱 깊이 남는 감정이기도 하지요. 감독은 ‘말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던 사랑’을 통해 기억이라는 테마를 강조합니다. 그 시절의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남는 것이며, 완성되지 않았기에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그 시절 자신도 몰랐던 ‘진짜 감정’을 다시 꺼내보게 됩니다. 음악, 교실, 필통, 체육복, 연습장, 우산… 영화는 시대를 특정하진 않지만, 10대의 감정을 둘러싼 상징들을 디테일하게 배치하며 관객 각자의 ‘그 시절’을 자극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단순히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지닌 감정의 원형을 다시 불러오는 일종의 정서적 타임캡슐이 됩니다.